'치매'라는 단어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그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정확히 알고 계신가요? 사랑하는 부모님이 나를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보다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매'는 기억력, 언어능력 등이 저하되는 포괄적인 상태(증후군)를 의미하며, '알츠하이머병'은 이러한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약 60~80%)입니다.
오늘은 알츠하이머의 정확한 원인과 건망증과는 차원이 다른 초기증상, 그리고 뇌 건강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는 최신 예방법(MIND 식단, 뇌 운동 등)까지 완벽하게 파헤쳐 드리겠습니다.
1. 알츠하이머, 정확히 어떤 병일까요? (원인)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특정 단백질이 쌓이면서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뇌 질환입니다. 핵심 원인은 두 가지 비정상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beta)'와 '타우(Tau) 단백질'입니다.
- 아밀로이드 베타: 이 단백질이 뇌 속에 과도하게 쌓이면 '아밀로이드 플라크'라는 단단한 덩어리를 형성합니다. 이는 마치 뇌세포 주변에 쓰레기가 쌓이는 것처럼 신경세포 간의 신호 전달을 방해하고 염증을 일으킵니다.
- 타우 단백질: 원래 신경세포 안에서 영양분을 공급하는 통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이 단백질이 변형되면 세포 안에서 서로 엉키는 '신경섬유 매듭'을 만듭니다. 결국 영양분 공급 통로가 망가지면서 신경세포는 서서히 죽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증상이 나타나기 15~20년 전부터 아주 서서히 진행됩니다. 많은 분들이 '알츠하이머 유전'에 대해 걱정하시는데, 일부 유전적 요인이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95% 이상은 유전과 상관없는 산발성 알츠하이머입니다.
즉, 유전보다 나이, 생활 습관, 환경적 요인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2. 소리 없이 다가오는 첫걸음, 알츠하이머 초기증상 10가지
단순 건망증과 알츠하이머의 초기증상은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래 신호들 중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그리고 점차 심해진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합니다.
- 대화 직후 내용을 잊는 기억력 저하: 방금 나눈 대화나 약속을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 같은 질문을 반복합니다. 어제 일은 기억 못 해도 어릴 적 기억은 생생한 경우가 많습니다.
- 익숙한 요리나 계획이 어려워짐: 늘 하던 김치찌개 레시피가 헷갈리거나, 은행 업무처럼 단계적인 일 처리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 능숙했던 일 처리가 힘들어짐: 매일 운전하던 길인데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거나, 좋아하던 게임의 규칙을 잊어버립니다.
- 시간과 장소에 대한 혼란: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계절인지 자주 헷갈리고, 자신이 왜 특정 장소에 와 있는지 잊어버립니다.
- 시각 정보 파악 능력 저하: 운전 중 거리 감각이 떨어지거나, 색깔이나 모양을 구별하는 능력이 현저히 저하됩니다.
-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언어 문제: 대화 중 정확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그거", "저거" 등으로 표현하거나, 말을 주저하고 멈추는 일이 잦아집니다.
-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두고 남 탓하기: 안경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중에는 가족이 훔쳐 갔다고 의심하는 등 비논리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 판단력 저하: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거나, 사소한 일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합니다. 특히 금융 사기에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 자발성 감소와 사회적 위축: 좋아하던 취미나 사람들과의 모임에 흥미를 잃고 참여하지 않으려 하며, 집에만 있으려고 합니다.
- 성격의 변화와 감정 기복: 이전과 달리 의심이 많아지고 쉽게 화를 내거나, 별일 아닌 일에도 불안해하고 눈물을 보이는 등 감정 조절이 어려워집니다.
3. 더 이상 노인성 질환이 아니다, 젊은 알츠하이머 (초로기 치매)
알츠하이머는 보통 65세 이후에 발병하지만, 30~6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를 '초로기 치매(Young-onset Alzheimer's)'라고 합니다. 사회적으로 가장 활발한 시기에 발병하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에게 더 큰 충격을 줍니다. 젊다는 이유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4. 뇌를 지키는 오늘의 실천, 예방이 최선입니다
현재 알츠하이머를 완치하는 약은 없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생활 습관은 발병 위험을 낮추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1) MIND 식단: 뇌 건강을 위한 최고의 식사법
MIND 식단은 뇌 건강에 좋은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 예방 식단(DASH)을 결합한 것으로,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최대 53%까지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 적극적으로 섭취할 것: 녹색 잎채소, 베리류, 견과류, 올리브 오일, 통곡물, 생선, 콩류
- 섭취를 줄일 것: 붉은 육류, 버터와 마가린, 치즈, 과자 및 가공식품, 튀긴 음식
(2) 몸을 움직이면 뇌가 깨어납니다 (규칙적인 운동)
일주일에 3~5회, 한 번에 30분 이상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빠르게 걷기, 수영 등)은 뇌의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합니다. 뇌와 신체의 협응력을 높이는 댄스나 탁구 같은 운동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3) 평생 뇌를 즐겁게 하라 (지적 활동과 사회적 교류)
뇌는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합니다.
- 읽기, 쓰기, 배우기: 신문이나 책을 꾸준히 읽고, 일기를 쓰거나, 새로운 언어나 악기를 배우는 것은 뇌의 예비 용량을 키워줍니다.
- 사회적 교류: 가족, 친구와 꾸준히 소통하고 동호회나 봉사활동에 참여하세요. 활발한 사회적 관계는 최고의 뇌 영양제입니다.
마무리하며: 관심이 가장 좋은 예방약입니다
알츠하이머는 '기억'을 앗아가는 병이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진다면 그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지킬 수 있습니다. 나와 내 부모님의 작은 변화를 무심히 넘기지 마세요.
오늘 알려드린 건강한 식단과 운동, 그리고 즐거운 두뇌 활동을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것이 10년, 20년 후의 건강한 뇌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