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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눈엔 완벽한 나, 왜 혼자일 때 불안할까요? 고기능 불안장애 신호

소소한숨 2025. 8. 2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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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당신은 직장에서 유능한 사원, 학교에서는 성실한 학생, 친구들 사이에서는 약속을 잘 지키는 믿음직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맡은 일은 빈틈없이 해내고, 주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며, 겉보기엔 모든 것을 잘 해내는 것처럼 보이죠. 당신의 성실함은 분명 많은 것을 이뤄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완벽해 보이는 모습 뒤, 혼자 남는 밤이 두렵지는 않으신가요? 문득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에 심장이 내려앉고, 오늘 나눴던 대화 속 사소한 표정이나 말투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진 않으신가요? 성공적인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길 위에서 오히려 텅 빈 공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만약 이 이야기가 유독 당신의 마음을 울린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는 단순히 예민하거나 걱정이 많은 성격 탓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바로 '고기능 불안장애(High-Functioning Anxiety)'가 당신에게 보내는 조용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소용돌이, 고기능 불안장애

 

고기능 불안장애는 공식적인 정신 질환 진단명은 아닙니다. 그래서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이는 겉으로는 사회생활, 학업, 대인관계 등을 문제없이, 아니 오히려 남들보다 더 뛰어나게 수행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끊임없는 불안과 걱정, 자기 의심의 소용돌이 속에서 힘겨워하는 상태를 설명하는 심리적 용어입니다.

 

이 불안은 때로는 양날의 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불안하기 때문에 더 철저히 준비하고, 실패가 두려워 더 완벽하게 해내며 높은 성취를 이끌어내는 연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연료는 동시에 당신의 마음과 영혼을 천천히 태우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없기에 주변은 물론, 자기 자신조차 '이 정도는 다들 참고 살지', '원래 내 성격이 이렇다'고 애써 외면하며 방치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꾹꾹 눌러 담은 감정의 댐은 언젠가 번아웃이나 다른 신체적, 정신적 문제로 터져 나올 수 있습니다.

나의 불안은 어떤 모습일까요?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고기능 불안은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으로 보이는 모습과 그 이면에 숨겨진 고통스러운 모습이 함께 나타납니다. 다음 목록을 통해 나의 모습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 빛나는 당신의 모습, 그리고 그 그림자

  • □ 늘 계획적이고 체계적입니다. (하지만 사소한 계획이라도 틀어지면 하루 전체가 엉망이 된 것처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 □ 약속 시간에 절대 늦지 않고, 맡은 일은 반드시 해냅니다. (하지만 약속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하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하고, 일을 끝낸 후에도 계속 부족한 점이 없나 확인합니다.)
  • □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매우 친절하며,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이끕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까 봐 나눈 대화를 몇 번이고 복기하며 괴로워합니다.)
  • □ 항상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안합니다. (하지만 잠시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죄책감을 느낍니다.)
  • □ 높은 성취를 이뤄내고 주변에서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운이 좋았을 뿐이야'라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다음에도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립니다.)

✔ 혼자 있을 때 드러나는 내면의 모습들

  • □ '아니', '싫어', '못해요' 같은 거절의 말을 하는 것을 극도로 어려워합니다.
  • □ 사소한 결정 하나에도 최악의 결과를 먼저 상상하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 □ 다른 사람의 무심한 말이나 행동에도 '혹시 나 때문인가?'라며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합니다.
  • □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각성되어 잠들기 어렵거나, 자다가 작은 소리에도 자주 깹니다.
  • □ 특별한 이유 없이 두통, 소화불량, 어깨 뭉침 같은 신체적 긴장 상태를 자주 경험합니다.

불안한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이는 시간

 

불안을 없애야 할 적으로 여기기보다, '나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구나'라고 인정해주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됩니다. 다음의 방법들을 통해 지친 마음에 부드러운 쉼표를 찍어주세요.

1. '걱정 바구니' 만들어주기

하루 종일 머릿속에 떠다니는 걱정들을 잠시 담아둘 '걱정 바구니' 시간을 정해보세요. '저녁 9시부터 15분간'처럼 구체적인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에는 마음껏 걱정하고 불안해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아, 이 걱정은 9시 바구니에 담아둬야지'라고 부드럽게 알려주며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입니다. 걱정을 통제하는 감각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2. 생각의 방향을 살짝 바꿔주는 질문하기

'나는 분명 발표를 망칠 거야'라는 불안한 생각이 찾아올 때, 비난하는 대신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던져보세요.
"발표를 망칠 거라고 생각하는 마음에 어떤 두려움이 숨어있을까?", "과거에도 비슷한 걱정을 했지만, 결국 무사히 해냈던 경험은 없었나?", "만약 친구가 똑같은 걱정을 한다면 나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3. '완벽'이 아닌 '완수'에 동그라미 쳐주기

완벽주의라는 높은 허들을 잠시 내려놓고, '완수'라는 낮은 문턱을 넘어보는 연습입니다. '보고서 완벽하게 쓰기'가 목표였다면, '보고서 초안 완성하기', 더 나아가 '보고서 첫 문단 쓰기'처럼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보세요. 그리고 그 작은 완수에 스스로 칭찬의 동그라미를 쳐주는 겁니다. 이 작은 성공의 경험이 불안의 허들을 넘을 수 있는 단단한 계단이 되어줄 거예요.

4.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용기' 내보기

늘 무언가를 해야만 가치 있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어색하고 불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10분, 20분이라도 창밖을 멍하니 보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가만히 듣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나의 가치가 생산성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을 몸과 마음이 받아들이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5. 스스로에게 가장 다정한 친구 되어주기

실수했을 때, 스스로를 가장 심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아마 자기 자신일 겁니다. 오늘부터는 마음속에 나를 가장 아껴주는 다정한 친구를 만들어보세요. 그리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목소리가 들릴 때, 그 친구가 해줄 법한 말을 들려주는 겁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이만큼 해낸 것도 정말 대단한 거야."라고. 자기 비난을 자기 연민으로 바꾸는 작은 연습이 불안을 잠재우는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고기능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당신은 결코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세상을 성실하게 살아가고, 맡은 바를 잘 해내고 싶은 책임감이 강하기에 그 불안을 연료 삼아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달려왔을 뿐입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 않아도 당신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오늘부터는 숨 가쁘게 달려온 당신의 마음에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고, 당신의 불안이 보내는 진짜 신호에 귀 기울여주는 것은 어떨까요?

만약 혼자의 힘으로 이 불안의 무게를 감당하기 버겁게 느껴진다면, 심리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 그것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나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기 위한 가장 용감하고 현명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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